

시놉시스)
어느 시골 지역, 20세 여성 '유영지'가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여섯으로 토막 난 시신은 머리와 오른쪽 다리를 제외한 네 조각만이
곳곳에 유기된 채 발견된다. 경찰은 사건 발생 전 피해자와 만났던
18세 남성 '강민혁'을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지목하여 체포한다.
극은 경찰서 조사실에서의 취조 과정을 다룬다.
형사1 '조두만', 형사2 '이종률', 그리고 용의자 '강민혁'
그러나 무대 위에는 두 사람만이 등장한다.
...
아침부터 몽롱한 정신으로 표를 받을 때까지는 긴장이 되지 않더니
입장하고 연극이 시작할 때가 돼서야 떨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연극이 처음이라 더 긴장이 되지 않았나 싶다.
자리는 1층 L열 1번이라 무대의 왼쪽이 더 잘 보이는 자리였다.
중간중간 오른쪽에서 대사하는 몇 장면만 안 보였을 뿐
배우들의 호흡을 보기에는 무리가 없는 자리였다.
박호산 X 김선호(호호페어) 조합의 낮 공연이었고 처음에
박호산 배우님이 대사 한 줄 없이 무대 위에 계시는데
압도적으로 분위기를 장악하셨다. 고요한 가운데 낮은 목소리로
대사를 하시는데 내가 혁이가 되어 듣게 되더라.
혁이는 분명 무대 위에 있는데 내가 무대 위로 끌려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극이 중반부로 넘어가며, 가만히 있는 게 생각보다 힘든 일이라는
걸 깨달으며 집중력이 흐려지는 구간에서 종률의 대사로 인해
관객은 다시 집중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독백이 길고, 사건의 구심점이
되는 인물의 대사를 형사 2명이 받아쳐야 하는 부분에서 관객들은
상상력을 발휘하거나 혁이와 동화되며 (내가 혁이라면?)
보게 되는 장점이 있는 거 같다. 이런 부분이 신선해서 극의
몰입도를 높이지만 반대의 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박호산 X 김선호가 맡은 두 캐릭터의 온도 차가 확실해
둘이 추구하는 인간상이나 형사로서의 가치관을 잘 보여줄 수
있지만 결국 혁이를 범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그들을 뭉치게 하는 걸까 생각했다.
김선호 배우의 연기를 이렇게 가까이서 90분 동안 긴 호흡으로
보는 것이 처음이었는데 뻔한 얘기지만 작품마다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다. 현장성이 중요한 연극에선 배우의 캐릭터 빌딩과
연기력이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중요 요소라고 생각한다.
표정 하나 손짓하나 놓치지 않고 그는 온전한 종률이가 되어
무대 위에서 움직였다.
인터뷰에서 늘 연기에 대한 욕심을 얘기하는 배우인 만큼
관찰력이 좋고 깊게 연구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사들 특유의 강압적이지만 흐르는 듯한 말투와 찰진 욕으로
캐릭터를 확실히 하고, 김선호를 벗고 온전히 종률이가 나왔더라.
가까이서 보는 그의 연기는 티비에서 보던 것보다 더 입체적이고
아우라가 있었고 깊었으며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배우 김선호를 만나고 온 사람 모두 기억에 남았으리라.
...
번외)
배우 김선호를 직접 목격한 감상은 '신기하다' 이다.
멀리서 봐도 체구가 큰데 위협적인 느낌은 아니고,
화면 보다 실제 이목구비가 화려하지만 선이 곱고 간결하다.
연극이라 센 메이크업에도 불구하고 표정과 눈빛은 섬세하게
느껴진다.
(다음에도 그의 연극을 보러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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